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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시사 이슈

한미 통화스와프 종료 - 달러 비상금이 사라졌다

by 야구좋아하는아저씨 2022.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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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31일에 한미 통화스와프가 공식적으로 종료됐습니다.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소방수의 역할을 잘 해준 한미 통화스와프 종료의 관해 굳이 연장할 필요가 없다는 한은의 입장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학계의 의견이 상충했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한미 통화스와프의 역할과 필요한 이유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1) 한미 통화스와프의 개요와 역할

 먼저 한미 통화스와프는 '협정 시 정한 환율 기준으로 한국의 원화를 담보로 맡기고 미국 중앙은행에서 달러를 빌릴 수 있는 협정'으로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해당 기간 내에는 언제든지 원화를 담보로 맡기는 조건으로 달러를 빌릴 수 있으므로 '달러 마이너스 통장'으로도 쉽게 설명될 수 있으며 달러 확보가 수월해지는 엄청난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금융, 외환시장이 요동치던 지난해 3월 600억 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다음날인 20일부터 시장은 안정세를 되찾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40원 가까이 급락한 사례가 있습니다. 그 이후 두 번의 연장을 통해 2021년 12월 31일에 종료됐습니다. 

 

이처럼 국내 외환, 금융시장을 단기간에 확실하게 안정시킬 수 있는 치트키와 같은 한미 통화스와프를 한국은행은 국내외 금융, 경제 상황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계약 연장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과 함께 추후 위기가 발생한다면 그때 다시 스와프 협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화스와프는 계약 당사국들 중 어느 한쪽이 요청해야만 갱신되는 구조로써 계약 연장은 비교적 쉽지만 새 계약을 만드는 것은 양국 정산 간의 논의가 필요하므로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 계약의 연장은 비교적 쉽고 새 계약은 어려운 통화스와프의 특성상 한은의 입장과는 달리 국내 학계를 비롯하여 여러 채널에서는 부정적인 입장이 지배적입니다. 그 이유는 기축통화국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외환유동성 안정에 큰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2) 한미 통화스와프 종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현시점에서 스와프 종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1. 안 좋은 타이밍
  2. GDP 대비 부족한 외환보유액

미국은 테이퍼링을 통해 달러 공급을 줄이고 있을뿐더러 내년 4월부터는 총 3차례, 향후 2년간 총 6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습니다. 즉, 달러의 공급이 줄어듬에 따라 달러 강세가 쉽게 예상되는 상황에서 최고의 보험 장치인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를 종료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쉽지 않습니다. 기축통화국인 일본이 미국과 무제한&무기한 통화스와프를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한은의 결정은 더욱 납득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국은 역대 최고치인 4천6백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지만 BIS(국제결제은행)의 권고치에는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BIS는 국내 시장에 외국인 투자 규모와 외환부채 등을 고려했을 때 지금 보유하고 있는 외환보유액의 2배인 약 9천3백억 달러까지 늘려야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안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각 국가별 GDP 대비 외환보유고 비율은 아래와 같습니다.

국가명 GDP(억달러) 외환보유액(억달러) 외환보유액/GDP
스위스 7,480 10,846 145%
싱가폴 3,400 3,984 117%
대만 6,026 5,433 90%
러시아 14,800 5,917 40%
대한민국 16,300 4,586 28%

위 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대한민국의 경제규모 대비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기축통화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해야 하는 이유

외환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미국 등 기축통화국과의 통화스와프
  2. 충분한 외환보유액
  3. IMF 차관

앞서 1997년 대한민국은 외환위기를 겪었습니다. 통화스와프 계약도 없고 외환보유액도 바닥난 상황에서 외환시장 위기를 해결한 방법이 없었던 관계로 IMF의 가혹한 조건으로 차관을 끌어왔습니다. 많은 기업들과 시중 은행들이 문을 닫음으로써 이후 한국은 두 번 다시 같은 위기를 겪지 않기 위해 외환보유고를 늘리는데 집중했고 점점 늘어나는 외환보유액과 더불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도 상승했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외환보유액만 충분하면 문제는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 같은 대외충격이 발생할 시 국내 투자된 해외 자본이 급속도로 유출될 수 있습니다. 바로 '리먼 브라더스 파산'과 같은 사태입니다. 실제로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각 국의 시장 안정을 목표로 국내 투자된 해외 자본의 빠른 유출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400원을 돌파했습니다. 2008년 10월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이후 외환,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 한국은행은 금리인하 등 유동성 공급 정책을 펼쳐 빠르게 위기를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난해 3월 달러 수요 급증으로 인한 시장 불안정성을 역시 통화스와프를 통해 빠르게 해결한 바 있습니다.

 

위 사례와 같이 한미 통화스와프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대외충격을 대비하는 '보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은 경제 상황이 안정되어서 스와프 연장은 필요 없다고 하지만 글로벌 대외충격에 취약한 국내 시장 특성을 묵인한 근시안적인 결정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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